상번제
상번제(常燔祭, regular burnt offering)는 하나님께 하루 두 번씩, 매일 드리는 제사다. 구약시대에는 지상 성소에서 어린양의 희생으로 상번제를 드렸고, 신약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힘입어 같은 시간에 기도를 드린다.
상번제의 뜻
번제는 짐승을 제단 위에 놓고 불로 태워 드리는 제사를 뜻한다. 그중 상번제는 '항상 드리는 번제'로, 매일 오전과 오후에 드려졌다. 히브리어로는 '올라 타미드(תָּמִיד עֹלָה)'라고 하는데, '올라(עֹלָה)'[1]는 '번제'라는 뜻이고, '타미드(תָּמִיד)'[2]는 '계속성, 연속성'이라는 뜻이다. 출애굽기에는 '늘 드리는 번제'라고 기록되어 있고,[3] 다니엘서에는 '매일 드리는 제사'라고 언급되었다.[4]
너희가 여호와께 드릴 화제는 이러하니 일 년 되고 흠 없는 수양을 매일 둘씩 상번제로 드리되 한 어린양은 아침에 드리고 한 어린양은 해 질 때에 드릴 것이요
구약시대 상번제는 어린양을 한 마리씩 잡아 드려졌다. 이때 고운 가루 10분의 1에바[5]에 기름 4분의 1힌[6]을 섞어 드리는 소제와 독주(毒酒)의 전제도 함께 드렸다.[7] 제사장들은 율법에 따라 성소에 들어가 제사했고, 같은 시각 백성들은 기도로 제사에 참예했다.[8]
상번제 시간
오전 상번제는 유대 시간법으로 제3시경에 드려졌다. 오후 상번제는 '저녁 제사'라고 표현하는데, 이 제사는 실제 해가 진 후의 저녁에 드려진 것이 아니라 해가 저물어가는 제9시경에 드려졌다. 신약시대에도 유대인들은 이 시간에 맞춰 기도를 드렸다. 신약성경에는 비록 이방인이지만 하나님을 경외했던 로마 군대의 백부장 고넬료가 유대인의 관례에 따라 제9시 기도를 드렸다고 기록돼 있다.
고넬료가 가로되 나흘 전 이맘 때까지 내 집에서 제구시 기도를 하는데 홀연히 한 사람이 빛난 옷을 입고 내 앞에 서서
이때 유대 시간법은 낮 시간 길이를 열두 등분해서 나온 것이다. 아침 해 뜨는 시간을 제0시로, 해 질 때를 제12시로 삼았다. 오늘날 시간으로 해 뜰 때가 오전 6시경이니 유대 시간법과 대략 6시간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오늘날 시간법으로 오전 상번제 시간인 제3시는 오전 9시경을, 오후 상번제 시간인 제9시는 오후 3시경을 가리킨다.
상번제 제물의 실체
지상 성소는 하늘 성소의 모형과 그림자다.[9] 따라서 지상 성소에서 이루어진 제사는 하늘 성소에서 이루어질 참 제사를 미리 보여주는 예언적인 성격을 띤다.[10]
구약 때 사용된 모든 제물의 실체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님은 유월절의 제물도 되시고,[11] 대속죄일의 제물도 되시고,[12][13] 초실절의 제물도 되시고,[14][15] 안식일의 제물도 되셨다.
상번제 역시 장차 어린양의 실체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고난당하실 것에 대한 예언이다.[16] 어린양을 번제로 드렸던 두 시각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시각과 운명하신 시각으로 예언이 성취되었다.
예수를 끌고 골고다라 하는 곳(번역하면 해골의 곳)에 이르러 ... 때가 제삼시가 되어 십자가에 못 박으니라 ... 제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지르시되 ...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운명하시다
예수님은 오전 상번제가 드려지던 제3시에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오후 상번제가 드려지던 제9시에 운명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으로 성취된 두 시각은 신약시대 성도들의 기도 시간이 되었다. 지상 성소에서 짐승의 희생을 제물로 드려 하나님과 교통했듯, 실체인 하늘 성소에서 그리스도의 희생의 피가 제물이 되어 성도들의 기도가 하나님 보좌에 상달되는 것이다.[17] 초대교회 성도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희생당하신 제3시와 제9시에 기도함으로 하늘 성소에서 그리스도께서 이루시는 참 제사에 참예했다.[18][19]
상번제의 축복
성경에는 상번제 시간에 기도드린 믿음의 선진들이 하나님께 축복과 응답을 받은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 엘리야
북 이스라엘 아합왕 시대, 선지자 엘리야는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인과 대결을 벌였다.[20] 각각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을 불러, 번제단에 불로 응답하는 참 신이 누구인지 입증하는 대결이었다.[21] 엘리야는 제단을 쌓고 번제물을 놓은 뒤 저녁 소제 드릴 때, 곧 상번제 시간에 맞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다. 하나님은 엘리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순식간에 강한 불을 내려주셨다.
저녁 소제 드릴 때에 이르러 선지자 엘리야가 나아가서 말하되 ...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옵소서 내게 응답하옵소서 이 백성으로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저희의 마음으로 돌이키게 하시는 것을 알게 하옵소서 하매 이에 여호와의 불이 내려서 번제물과 나무와 돌과 흙을 태우고 또 도랑의 물을 핥은지라
- 다니엘
바벨론 포로 시기, 선지자 다니엘도 상번제에 기도로 참여해 축복을 받았다. 하나님은 저녁 제사, 즉 상번제에 올린 다니엘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천사를 보내 응답해 주셨다.
내[다니엘]가 말하여 기도할 때에 이전 이상 중에 본 그 사람 가브리엘이 빨리 날아서 저녁 제사를 드릴 때 즈음에 내게 이르더니 내게 가르치며 내게 말하여 가로되 다니엘아 내가 이제 네게 지혜와 총명을 주려고 나왔나니 곧 네가 기도를 시작할 즈음에 명령이 내렸으므로 이제 네게 고하러 왔느니라
- 고넬료
고넬료는 이방인이지만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으로 상번제 시간에 맞춰 기도를 드렸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베드로를 청하라고 지시했고, 베드로에게서 복음을 전해 들은 고넬료는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축복을 받게 되었다.[22]
가이사랴에 고넬료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더니 하루는 제구시쯤 되어 환상 중에 밝히 보매 하나님의 사자가 들어와 가로되 고넬료야 하니 고넬료가 주목하여 보고 두려워 가로되 주여 무슨 일이니이까 천사가 가로되 네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 앞에 상달하여 기억하신 바가 되었으니 네가 지금 사람들을 욥바에 보내어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청하라
- 신약시대 성도들
신약시대 성도들 역시 상번제 시간을 따라 기도하면 하나님께 응답과 축복을 받게 된다. 하나님은 약속하신 성령의 축복도 다른 시간이 아닌 상번제 기도 시간에 내려주셨다.
오순절날이 이미 이르매 ...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 베드로가 열한 사도와 같이 서서 소리를 높여 가로되 유대인들과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들아 이 일을 너희로 알게 할 것이니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 때가 제삼시니 너희 생각과 같이 이 사람들이 취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승천 이후 사도들은 성령의 축복을 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도의 응답이 오순절날 제3시(오전 9시경), 즉 상번제 시간에 주어졌다. 예수님의 희생으로 완성된 새 언약의 상번제는 기도로써 하나님과 교통하는 시간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구약시대뿐만 아니라 신약시대에도 하나님의 백성은 상번제 시간에 기도함으로써 하나님과 만나고, 하나님께 축복을 받게 된다.
같이 보기
각주
- ↑ עֹלָה. 《네이버 고대 히브리어사전》.
- ↑ תָּמִיד. 《네이버 고대 히브리어사전》.
- ↑ 출애굽기 29:41–42.
한 어린양은 저녁 때에 드리되 아침과 일반으로 소제와 전제를 그것과 함께 드려 향기로운 냄새가 되게하여 여호와께 화제를 삼을지니 이는 너희가 대대로 여호와 앞 회막문에서 늘 드릴 번제라
- ↑ 다니엘 8:11.
또 스스로 높아져서 군대의 주재를 대적하며 그에게 매일 드리는 제사를 제하여 버렸고 그의 성소를 헐었으며
- ↑ 가스펠서브, "에바2(ephah)", 《라이프성경사전》, 생명의말씀사, 2006, "'에바'란 곡물(밀가루, 보리, 볶은 곡식 등)이나 고체의 양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측량 기구 혹은 단위로서(출 16:36; 민 5:15; 사 5:10), 1에바는 약 22ℓ에 해당한다."
- ↑ 가스펠서브, "힌(hin)", 《라이프성경사전》, 생명의말씀사, 2006, "'항아리', '단지'란 뜻. 액체의 부피를 재는 단위의 하나. 대략 용량은 3.6ℓ이며, 밧의 6분의 1에 해당한다(출 30:24; 민 15:7; 겔 4:11)."
- ↑ 민수기 28:5–8.
또 고운 가루 에바 십분지 일에 빻아낸 기름 힌 사분지 일을 섞어서 소제로 드릴 것이니 ... 또 그 전제는 어린양 하나에 힌 사분지 일을 드리되 거룩한 곳에서 여호와께 독주의 전제를 부어 드릴 것이며
- ↑ 누가복음 1:8–10.
마침 사가랴가 그 반열의 차례대로 제사장의 직무를 하나님 앞에 행할새 제사장의 전례를 따라 제비를 뽑아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고 모든 백성은 그 분향하는 시간에 밖에서 기도하더니
- ↑ 히브리서 8:5.
저희가 섬기는 것은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과 그림자라 모세가 장막을 지으려 할 때에 지시하심을 얻음과 같으니 가라사대 삼가 모든 것을 산에서 네게 보이던 본을 좇아 지으라 하셨느니라
- ↑ 히브리서 10:1.
율법은 장차 오는 좋은 일의 그림자요 참형상이 아니므로 해마다 늘 드리는 바 같은 제사로는 나아오는 자들을 언제든지 온전케 할 수 없느니라
- ↑ 고린도전서 5:7.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이 되셨느니라
- ↑ 레위기 16:27–34.
속죄제 수송아지와 속죄제 염소의 피를 성소로 들여다가 속죄하였은즉 ... 칠월 곧 그달 십일에 ... 이 날에 너희를 위하여 속죄하여 너희로 정결케 하리니 너희 모든 죄에서 너희가 여호와 앞에 정결하리라
- ↑ 히브리서 13:10–12.
우리에게 제단이 있는데 ... 죄를 위한 짐승의 피는 대제사장이 가지고 성소로 들어가고 그 육체는 영문 밖에서 불사름이니라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케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 ↑ 레위기 23:10–11.
너희의 곡물의 첫 이삭 한 단을 제사장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제사장은 너희를 위하여 그 단을 여호와 앞에 열납되도록 흔들되 안식일 이튿날에 흔들 것이며
- ↑ 고린도전서 15:20.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
- ↑ 요한복음 1:29.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가로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
- ↑ 요한계시록 8:3–4.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들과 합하여 보좌 앞 금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
- ↑ 사도행전 2:1–15.
오순절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곳에 모였더니 ...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 때가 제 삼시니
- ↑ 사도행전 3:1.
제 구시 기도 시간에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에 올라갈새
- ↑ 열왕기상 18:19–20.
그런즉 보내어 온 이스라엘과 이세벨의 상에서 먹는 바알의 선지자 사백 오십인과 아세라의 선지자 사백인을 갈멜산으로 모아 내[엘리야]게로 나오게 하소서 아합이 이에 이스라엘 모든 자손에게로 보내어 선지자들을 갈멜산으로 모으니라
- ↑ 열왕기상 18:23–24.
그런즉 두 송아지를 우리에게 가져오게 하고 저희는 한 송아지를 택하여 각을 떠서 나무 위에 놓고 불은 놓지 말며 나도 한 송아지를 잡아 나무 위에 놓고 불은 놓지 말고 너희는 너희 신의 이름을 부르라 나는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리니 이에 불로 응답하는 신 그가 하나님이니라 백성이 다 대답하되 그 말이 옳도다
- ↑ 사도행전 10:44–48.
베드로가 이 말 할 때에 성령이 말씀 듣는 모든 사람에게 내려오시니 베드로와 함께 온 할례 받은 신자들이 이방인들에게도 성령 부어 주심을 인하여 놀라니 ... 이에 베드로가 가로되 이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성령을 받았으니 누가 능히 물로 침례 줌을 금하리요 하고 명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침례를 주라 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