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빔
드라빔(Teraphim, 히브리어: תְּרָפִים)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숭배된 우상이다. 성경에서는 족장 시대부터 바벨론 포로 시대 이후까지 종종 등장한다. 문맥에 따라 '가정의 수호신', '우상' 등으로 번역된다.[1][2] 기능과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어원
한글 성경에서 '드라빔'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תְּרָפִים(테라핌)'[3]이다.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치료하다'라는 뜻의 '라파아(רָפָא)'[4]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복과 화를 끼치는 영적 존재를 이르는 히타이트(성경상 헷 족속)어 '타르피쉬'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5]
형태
드라빔은 사람, 짐승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죽은 조상들의 얼굴 형태였거나, 인간의 머리로 만든 미라였을 것으로 추정된다.[6] 크기는 휴대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7] 사람의 키만 한 것[8] 등 다양했다.
성경에 등장한 드라빔
- 야곱의 아내 라헬은 온 가족이 아버지 라반의 집을 나올 때 그가 집안의 수호신으로 숭배하던 드라빔을 훔쳐 갔다.[9][10] 라반은 야곱의 가족과 드라빔이 없어진 것을 알아채고 뒤쫓아가 그들의 장막을 뒤졌다. 라헬은 드라빔을 낙타 안장 밑에 감추고 그 위에 올라앉아 위기를 피했다.[11] 당시 생활상이 기록된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 따르면, 드라빔을 소유하는 것은 재산 상속권을 얻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12]
- 사사 시대 이스라엘은 영적으로 혼란스러웠고, 각 지파와 개인이 산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에브라임에 살던 미가[13]는 자기 집 산당에 에봇, 드라빔 등의 우상을 세우고 제사를 드렸다.[14] 이때 드라빔은 조상들에게 올리는 제의(祭儀) 물품으로 추측된다.[15]
-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사울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자 사무엘은 그를 책망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은 점치는 것과 같고 완고하게 자신의 뜻을 고집하는 것은 사신 우상(드라빔)에게 절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16]
이후 악신에 시달리던 사울은 사위인 다윗을 죽이려 했다. 사울의 딸 미갈은 남편인 다윗을 도망치게 하고 드라빔에 옷을 덮어 그것을 병든 다윗처럼 보이도록 위장했다.[17] -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드라빔은 점술의 도구로 사용됐다. 스가랴는 드라빔으로 점을 치는 복술자들이 허탄한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18] 에스겔이 본 이상에서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은 드라빔에게 점궤를 묻는 등 점을 쳐 예루살렘 침공을 위한 경로를 얻었다.[19]
- 남 유다 왕국의 제16대 왕 요시야는 율법책에 기록된 계명과 언약을 준행할 것을 선포하며 온 이스라엘 땅에서 대대적인 우상 타파에 나섰다. 그는 드라빔을 포함한 아세라, 아스다롯, 몰록 등 각종 이방 신들의 신상과 제단을 부수고, 이방 신을 섬기는 제사장들을 폐했다.[20]
같이 보기
각주
- ↑ 창세기 31:19. 《새번역》.
라헬은,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나간 틈을 타서, 친정집 수호신의 신상들인 드라빔을 훔쳐 냈다.
- ↑ 에스겔 21:21.
바벨론 왕이 갈랫길 곧 두 길 머리에 서서 점을 치되 살들을 흔들어 우상에게 묻고 희생의 간을 살펴서
- ↑ "תְּרָפִים", 《네이버 고대 히브리어사전》
- ↑ "רָפָא", 《네이버 고대 히브리어사전》
- ↑ "드라빔", 《아가페 성경사전》, 아가페출판사, 2003, 349쪽, "비록 그 어원은 불확실하나, 그 용어는 힛타이트어 '타르피쉬' 곧 보호하거나 또는 해악을 끼칠 수 있고 지하계 및 사자(死者) 숭배와 관련 있을 영(spirit)과 언어적, 문화적 유사성을 갖는다."
- ↑ "드라빔", 《새성경사전》, 기독교문서선교회, 1996, 378쪽, "다른 제안들은 드라빔을 조상 예배와 연관시켜(B. Stade, Geschicte 1, 1887, p. 467), 아마 조상의 얼굴 형태이거나(A. Phillips, Ancient Israel's Criminal Law, 1970, p. 61) 미라로 만든 인간의 머리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H. L. Ellison on Ezk. 21:21 in Ezekiel: The Man and his Massage, 1956)"
- ↑ 창세기 31:34.
라헬이 그 드라빔을 가져 약대 안장 아래 넣고 그 위에 앉은지라 라반이 그 장막에서 찾다가 얻지 못하매
- ↑ 사무엘상 19:13.
미갈이 우상[드라빔]을 취하여 침상에 뉘고 염소털로 엮은 것을 그 머리에 씌우고 의복으로 그것을 덮었더니
- ↑ 창세기 31:19-20.
때에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갔으므로 라헬은 그 아비의 드라빔을 도적질하고 야곱은 그 거취를 아람 사람 라반에게 고하지 않고 가만히 떠났더라
- ↑ 창세기 31:30. 《공동번역》.
네가 아버지 집이 너무 그리워 떠나간다는 것은 알고도 남을 일이다. 하지만 내 집 수호신은 왜 훔쳐 가는 거냐?
- ↑ 창세기 31:34-35.
라헬이 그 드라빔을 가져 약대 안장 아래 넣고 그 위에 앉은지라 라반이 그 장막에서 찾다가 얻지 못하매 라헬이 그 아비에게 이르되 마침 경수가 나므로 일어나서 영접할 수 없사오니 내 주는 노하지 마소서 하니라 라반이 그 드라빔을 두루 찾다가 얻지 못한지라
- ↑ 한민수, 《고대 근동과 성경의 우상》, 기독교문서선교회, 2021, 162쪽, "누지법에 의하면 양자는 재산을 상속받을 분 아니라 가정신(家神)인 드라빔을 소유하게 되지만, 만일 아들이 태어나면 재산은 나눠가질 수 있지만 양자는 드라빔을 소유할 수 없으며 드라빔의 상속권은 친(親)아들에게로 돌아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야곱이 가족을 데리고 라반에게서 도망쳤을 때 라헬은 아버지의 드라빔(her father's household gods)을 훔쳐 낙타 안장 밑에 감추고 나왔다(창 31:19, 34). 라반은 잃어버린 드라빔을 찾기 위해 야곱 일행을 뒤쫓아 왔다(창 31:17-20, 34-35). 왜냐하면 드라빔을 소유하는 것은 성공적인 인생을 보장해 줄 뿐 아니라 재산을 상속하는 것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 ↑ 이 사람은 사사 시대 인물로, 미가서를 기록한 선지자 미가와는 다른 인물이다.
- ↑ 사사기 17:1-5.
- ↑ 한민수, 《고대 근동과 성경의 우상》, 기독교문서선교회, 2021, 165-166쪽, "드라빔은 신격화된 조상들의 신상을 의미했다. 사사기에서 드라빔은 장례를 위한 가족 제의에 꼭 필요한 기본 물품으로 여겨진다. 이 드라빔은 다소 하급의 신들을 대표하고 있음을 암시하는데, ... 구약성경에서는 한 차례(왕하 23:24) 드라빔이 죽은 자들의 영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히브리어로 '오보트'(한글 성경은 '신접한 자')와 '잇데오님'(한글 성경은 '박수')과 함께 언급된다. 드라빔이 신격화된 조상들의 신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 사무엘상 15:17-23.
사무엘이 가로되 ... 왕을 길로 보내시며 이르시기를 가서 죄인 아말렉 사람을 진멸하되 다 없어지기까지 치라 하셨거늘 ... 어찌하여 왕이 여호와의 목소리를 청종치 아니하고 탈취하기에만 급하여 여호와의 악하게 여기시는 것을 행하였나이까 ...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이는 거역하는 것은 사술의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드라빔]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
- ↑ 사무엘상 19:13-16.
미갈이 우상을 취하여 침상에 뉘고 염소 털로 엮은 것을 그 머리에 씌우고 의복으로 그것을 덮었더니 사울이 사자들을 보내어 다윗을 잡으려 하매 미갈이 가로되 그가 병들었느니라 사울이 또 사자들을 보내어 다윗을 보라 하며 이르되 그를 침상채 내게로 가져오라 내가 그를 죽이리라 사자들이 들어가 본즉 침상에 우상이 있고 염소 털로 엮은 것이 그 머리에 있었더라
- ↑ 스가랴 10:2.
대저 드라빔들은 허탄한 것을 말하며 복술자는 진실치 않은 것을 보고 거짓 꿈을 말한즉 그 위로함이 헛되므로 백성이 양같이 유리하며 목자가 없으므로 곤고를 당하나니
- ↑ 에스겔 21:21-22.
바벨론 왕이 갈랫길 곧 두 길 머리에 서서 점을 치되 살들을 흔들어 우상[드라빔]에게 묻고 희생의 간을 살펴서 오른손에 예루살렘으로 갈 점괘를 얻었으므로 공성퇴를 베풀며 입을 벌리고 살륙하며 소리를 높여 외치며 성문을 향하여 공성퇴를 베풀고 토성을 쌓고 운제를 세우게 되었나니
- ↑ 열왕기하 23:1-24.